
실제 중용을 주석한다는 것은 공포스럽다. 평생을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보았으나, 이 말처럼 온축되어 심오한 말이 없고, 세상의 지혜의 문학으로 말한다 해도, 이것처럼 정직하고 영원한 인간의 상황을 다 함축한 언어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주석에 들어가기 전에 몇날 며칠을 이 첫 구절을 놓고 어떻게 접근할까 고민을 하고 또 해보았으나 내 머리에 떠오르는 묘안은 없었다.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은 한대의 정현주, 그리고 당대의 공영달소, 그리고 석돈 중용집해에 실린 송선하의 제설, 그리고 주희의 장구, 어록, 혹문의 장황한 해석이래 명과 청대를 거쳐 오늘날의 동아시아 구미 석학들의 다양한 논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한우충동하는 주석이 첩첩이 쌓여있으나, 그것을 다 일별 하여 보..